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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장례를 미리 준비한 50대 아들의 고백 – 죽음은 막연함이 아니라 ‘계획’이었다

by 이슈2 202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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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는 대부분 갑자기 찾아온다.
하지만 어느 날, 아버지가 조용히 말했다.
"내가 죽으면 너희가 허둥대지 않게 하고 싶다."
그 말은 나에게 막연했던 ‘죽음’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 글은 부모님의 장례를 미리 준비하면서 겪은
정서적인 혼란과 실제적인 준비 과정,
그리고 남겨진 사람으로서의 책임과 성장에 대한 기록이다.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일은 결코 불길한 일이 아니었다.
그건 오히려 가족을 위한,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한 깊은 사랑의 방식이었다.


 목차

  1. “내가 없으면 어떻게 하겠니?” 부모님의 한마디
  2. 마음보다 현실이 먼저였다
  3. 장례 준비 체크리스트, 이렇게 시작했다
  4. 사전 장례 정보는 어디서 얻었나
  5. 감정과 실무 사이에서 내가 배운 것
  6. 부모님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
  7. 마무리: 준비된 이별은 덜 아프다

1. “내가 없으면 어떻게 하겠니?” 부모님의 한마디

나는 만 52세, 지방에서 자영업을 하는 평범한 아들이다.
아버지는 올해로 81세, 어머니는 78세다.
두 분 모두 건강한 편이었고, 정기검진도 빠지지 않으셨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가 내게 조용히 말했다.
“내가 없으면 너희가 허둥대지 않게 하고 싶어.”
나는 당황했다.
그 순간부터 ‘죽음’이라는 단어가 내 일상에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게 현실이 되어 닥치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마음보다 현실이 먼저였다

부모님이 언젠가 떠날 수 있다는 건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장례'라는 구체적인 상황을 상상해보니 막막했다.

그때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 어디에 연락해야 하지?
  • 장지(묘지)는 마련돼 있을까?
  • 사진은 어디서 찾지?
  • 형제들과 역할은 어떻게 나누지?

생각보다 장례는 감정보다 현실이 먼저 움직여야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걸 내가 미리 파악해두는 건
결코 불길하거나 불효가 아니었다.


3. 장례 준비 체크리스트, 이렇게 시작했다

나는 인터넷에서 ‘사전 장례 준비 리스트’를 검색했고
아버지와 상의해 아래 항목들을 하나씩 점검하기 시작했다.

✅ 실제로 준비한 항목

  • 유언장 작성 여부: 아버지가 손으로 작성함 (공증X, 자필로 보관)
  • 장지 위치: 가족묘 예정지 확인 완료
  • 장례식장 예약 가능 여부: 지역 병원 장례식장 2곳 전화 문의
  • 영정사진: 최근 1년 내 사진 파일 정리, 인화 계획
  • 부고 전달 방식: 자녀들끼리 연락 담당자 정함
  • 상주 역할 분담: 나, 동생, 누나 역할 정리
  • 장례비용 대략 추정: 약 400만 원 예상, 통장 별도 확보

정확한 날짜를 모르더라도
'틀'을 미리 정리해두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이 훨씬 안정되는 걸 느꼈다.


4. 사전 장례 정보는 어디서 얻었나

처음엔 모든 게 막막했지만
정보는 찾는 사람에게 오게 되어 있었다.

내가 참고한 주요 자료들:

  • 보건복지부 '웰다잉 가이드북' (PDF 자료)
  • 장례문화진흥원 공식 블로그
  • 유튜브 ‘묘한이야기’, ‘죽음준비연구소’ 채널
  • 로컬 장례지도사 인터뷰 기사
  • 카페 '슬기로운 장례생활' 커뮤니티

놀랍게도 ‘죽음’에 대해 미리 준비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들을 보며 ‘나만 이상한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도 들었다.


5. 감정과 실무 사이에서 내가 배운 것

장례 준비를 하다 보면
감정이 휘몰아치는 순간이 있다.
영정 사진을 고르다가
눈물이 핑 돌기도 했고,
아버지가 유언장에 “고생 많았다, 아들아”라고 쓰신 걸 보고
한참 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이런 생각도 했다.
“내가 이걸 지금 준비하고 있으니,
진짜 마지막이 왔을 때 형제들이 당황하지 않겠구나.”

장례는 결코 한 사람만의 일이 아니다.
남겨진 가족 모두의 감정, 시간, 돈, 에너지가
동시에 소모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6. 부모님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죽음에 대해 말 꺼내는 타이밍이었다.
우리 부모님은 그다지 ‘죽음’을 언급하는 걸 좋아하시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어느 저녁,
식사 후 차를 마시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아버지, 나중에 장례는 어디서 하고 싶으세요?”

그 말에 아버지는 이렇게 답하셨다.
“서울까지는 무리니까, 여긴 좋지. 친구들도 많고.”
그 짧은 대답 하나로
나는 많은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죽음을 대화로 나눈다는 건
생각보다 덜 무섭고,
생각보다 더 따뜻한 일이었다.


7. 마무리: 준비된 이별은 덜 아프다

아직 부모님은 살아 계신다.
지금도 두 분은 마당에서 감자를 키우고,
동네 마실을 다니신다.

하지만 나는 안다.
언젠가 그 마지막 순간이 왔을 때
나는 혼란 속에서도
**“나는 준비했어.”**라는 마음으로
부모님을 조용히 보내드릴 수 있을 것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남은 사랑을 정리하는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 장례 사전 준비 체크리스트 요약

항목내용
유언장 자필 작성 / 공증 선택 사항
장지(묘지) 위치, 가족 동의 여부 확인
장례식장 병원 / 민간 장례식장 리스트업
상주 역할 자녀 간 역할 분담
연락망 부고 전달 방식 사전 정리
영정사진 최근 사진 확보, 인화 가능 여부
장례비용 예상 비용 미리 마련 (통장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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